2016년 3월 16일 수요일

[그 남자 그 여자] (우리 세 사람) 늦은 밤, 너의 집 앞에서 & 넌 어떻게 아니? 내가 흔들렸다는 걸 & 난 압니다 여자친구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요

늦은 밤, 너의 집 앞에서

난 너를 데려다 주면서 돌아올 때마다 생각하지.
매일 밤, 대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내가 아니라
내가 너의 집 대문 안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갈 수 있을 때,
우리 사랑은 완성될 거라고.
근데 도대체 무슨 담이 이렇게 높은 거냐? 넘을 수도 없게.
좀 나와 봐. 안 자는 거 , 다 알거든.
나 일부러 세워놓고 벌주고 있는 거야?
나 땜에 많이 울었다고 했잖아. 미안하단 말하려고 왔어.
얼굴 많이 부어서 나올 수 없다는 말 진짜야?
난 너를 사랑한 거지, 네 얼굴을, 네 마을을 사랑한 적 없어.
난, 아까 분수대에다 네가 던진 반지 찾느라
발이 꽁꽁 얼었단 말이야.
지금도 발에 전혀 감각이 없는 거 알아?
잠깐만 좀 나와봐, 아님 내가 들어갈까?


넌 어떻게 아니? 내가 흔들렸다는 걸

왜 나한테 반지 줬어?
그 반지 받을 것처럼 너한텐 내가 그렇게 보였어?
난 너한테 그렇게 안 보이려고 많이 애썼는데 그게 보였어?
그래서 내가 요즘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내 남자친구보다 너랑 더 잘 어울리는 건 사랑이야.
내 남자친구보다 널 더 자주 만나는 것도 사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돼가고 있는 거거든.
그렇다고 네가 나한테 반지 주면 난 앞으로 어떡하라는 거니?
넌 언제나 나한테 배려하는 게 많아서 날 힘들게 하잖아.
네가 날 많이 배려하는 것까진 좋은데
좋아하지는 말았음 하는 거였거든.
너, 나쁘다. 니맘대로 내 마을 다 읽어버리구.
가끔은 다 아는 것보단 모르고 있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는데
너 나쁘다, 정말.


난 압니다 여자친구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요

그녀의 집 앞에 한 남자의 그림자가 서 있는 걸 봅니다.
난 단번에 그 남자가 누구인지를 알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 그 사람이겠죠.
요즘 부쩍 나를 만나서는 말이 없어졌던데
그 사람에겐 많은 말을 하고, 웃고 그러겠죠.
어제 그녀를 잠깐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차가워진 그녀를 사랑하라고 주문을 걸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끝인가 보죠. 이젠 그 남자를 봐버렸으니 이렇게 끝인가 보죠.
그녀가 대문을 열고 나오겠죠.
그리고 어쩌면 둘은 저 어둠 속에서 포옹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죠.
난 차마 그 모습을 다 보게 될까봐 발길을 돌립니다.
그리곤 이렇게 나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용서할 순 있겠니? 잊을 순 있겠니?

출처


그 남자 그 여자 3
작가: FM음악도시
출판: 랜던하우스 코리아
발매: 200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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