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6일 수요일

[그 남자 그 여자] 난 니가 나 때문에 살았음 좋겠어 & 알지?

난 니가 나 때문에 살았음 좋겠어

난 니가 내가 만났던 여자친구 이름을 알려고 들지 않았음 좋겠어.
내 텅 빈 지갑을 열어보는 거, 그것도 하지 않았음 좋겠어.

난 니가 내 양말에 난 구멍을 모른 척해줬음 좋겠구.

난 니가 내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릴 듣고
깔깔거리지도 않았음 좋겠어.

우리가 친구들하고 노래방 갔을 때, 내가 트로트 부른다고
니가 인상 쓰지 않았음 좋겠구,
자취방에 놀러 왔을 때, 라면 먹은 흔적 보고 10분 동안 늘어놓는
잔소리하고 말았음 정말 좋겠는데.

애들이 놀리잖아.
우리 티격태격하는 거 보면, 너네 꼭 부부 같다구 애들이 그러잖아.
나 너랑 부부처럼 보이는 거 싫진 않은데, 남들이 그렇게 보는 건 좀 그래.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내가 전화하면 다른 핑계 대고, 빨리 끊지 좀 마.
남자도 수다 떨고 싶을 때가 있는 건데.

근데, 이거 다 니가 싫어서, 하지 말라는 거 아닌 거 알지?
난, 널 좋아해. 사랑해.
난 니가 나 때문에 정말 정말 행복했음 좋겠어.


알지?

넌, 나한테 하지 말라는 것만 잔뜩 말하네.
알았어. 그럼 난, 니가 좀 해줬으면 하는 것들 애기해볼까?
난 니가 나하고 애기하다가 다른 여자를 힐끔이라도 쳐다보는 일,
하지 않았음 좋겠어.
셔츠 같은 거 입을 때, 속에 흰 면티 꼭꼭 챙겨 입었음 좋겠구.
숟가락으로 밥그릇 밑바닥 긁는 소리 안 냈으면 좋겠구.
괜히 컴퓨터에 앉아서 이것저것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 않았음 좋겠어.
돈 없으면서 나한테 뭐 선물 받고 싶냐고 묻는 것도,
큰일도 아니면서 친구들하고 새벽까지 어울려 다니는 일도,
그리고 어디 벽에다
니가 나 좋아한다고 낙서해놓는 것도 안돼! 알았지?
친구들이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 건,

우리들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린 서로 너무 좋아하고 있구
그래서 내뿜어지는 광선도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해, 난.
알지? 내가 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건
그만큼 널 좋아하기 때문이야.
사랑한다는 말보단

‘난, 절 좋아해’ 라는 말을 더 좋아하기 떄문이야.

출처


그 남자 그 여자 3
작가: FM음악도시
출판: 랜던하우스 코리아
발매: 200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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