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6일 수요일

[그 남자 그 여자] 사람이 이렇게도 만나지네요 & 왼손잡이들의 사랑

사람이 이렇게도 만나지네요


누구는 핸드폰 주운 다음, 핸드폰 전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만났대.
사례한다고 해서 안 받겠다고 우겼더니
그러면 간단히 식사라도 같이하자고 그래서 그렇게 만났대.
내 여자 후배는 빵집 아르바이트 하다가 만났는데,
남자 손님이 빵을 사고 나서도 안 가고 쭈볏쭈뼛 서서
계속 자길 쳐다보기에 이렇게 한마디 했대.
""저, 7시면 끝나는데요.""
또 누구는 막차가 오지 않는 바람에 택시 합승해서 집에 가다가
인연이 됐는데,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한 사람 가방 속에
지갑이 없는 거야. 그러니 어떻게 됐겠어.
나중에 꼭 갚는다는 핑계로 만나게 되겠어? 안 되겠어?
그러니까 울는 길에서 ""도를 아십니까?"" 하고도 만날 수 있는 거고,
미국 영화처럼 은행 강도하고도 만날 수 있는 거고,
조깅을 하다가도, 택배회사 직원하고도,
그리고 또 뭐냐, 놀이공원의 솜사탕 장수하고도 만날 수 있다는 얘기지.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자기가 '얼마나 간절하냐'의 문제라기보다
'찾아온 그, 몇 초 동안의 순간에
얼마나 충실하냐'의 문제라고 봐.
어떻게 생각해?


왼손잡이들의 사랑

사람이 이렇게도 만나지는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하나도 실감이 나질 않았어요.
그냥 꿈꾸고 일어난 기분,
장난이 심한 친구한테 웃긴 농담을 듣고 난 기분.
그냥, 길에서 아르바이트로 설문 조사 하고 있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살고 싶은 집의 형태를 묻는
건설회사 설문이었죠.
다섯 시간 동안을 사람 많이 다니는 길에 서서
조사를 하면 되는 거였는데
왜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 설문에 응해주시질 않잖아요.
근데 누군가 내 어때를 툭 치더니 그러는 거였어요.
"그거 설문 맞죠? 줘보세요. 제가 해드릴게요."
전 깜짝 놀랐어요. 그렇다고 설문에 응해주는 분들한테
선물을 주는 것도 아니었는데, 암튼 전 설문지를 내밀었죠.
근데 그 사람,
눈은 설문지에 고정시키고 항목에 하나하나 체크를 하면서도
입으로는 저에 대한 설문을 하는 거예요.
"나이는요? 주소는요?
아파트가 좋으세요? 단독주택이 좋으세요?"
그리고 "일 끝나는 시간은요?"
나빠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이 유난히 푸근해 보여서 난 그 사람이 볼펜을 쥔 왼손을
한참 동안 바라봤어요.
유난히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
"어? 왼손잡이시네요. 저도 그런데."
내 그말에 동시에 우리 두 사람은 눈동자가 안 보이도록 웃었어요.

그게 우리가 만나서 사귀게 된 믿을 수 없는 사건의 전말이에요.

출처


그 남자 그 여자 3
작가: FM음악도시
출판: 랜던하우스 코리아
발매: 200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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