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것들,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
친구 전화를 빌렸어요
그 전화로 전화를 걸고 끊더라도 그게 난 줄 모를 테니까요
그리고 다음날에도 다른 친구 전화로 전화를 건 뒤
그녀 목소리만 듣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기를 잃어버렸는데 전화기를 가지고 있을 땐 걸지도 않던 전화를
다 거네요 비겁하게두요
전화기에 저장해둔 그녀의 문자 메시지가 아깝단 생각이 들면서
그녀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처음 만나고 헤어지고 난 날 밤 나한테 보내준 문자도 생각나구요
혼자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문득 내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보낸 문자
그리고 그녀 집에 놀러 가서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내준 문자도 생각나네요
그녀가 보내준 문자 메시지들은 조금 달랐어요
따뜻했고 정성이 담겨 있었고 그래서 받으면 기분이 좋았거든요
난 이렇게 오래전만 생각하는 일에 길들여져가는데
그녀의 핸드폰엔 과연 내 문자가 몇 개나 저장돼 있을까요?
잘못 걸려온 전화, 그 사람일까요?
어젯밤 새벽1시의 전화
그리고 오늘 아침 11시40분의 전화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끊은 그 전화번호를 저장해뒀어요
X1..X2.. 이렇게요
잘못 걸려온 전화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헤어진 남자친구의 새 번호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아니요 나 싫다고 떠난 남자친구가 나한테 전화할 확률은 없어요
근데 그래도 미친 척하고 전화 한번 해줬음 하는 게
바보 같은 내 바람이거든요
그만큼 그 사람이 인간적이었음 좋겠단 얘기예요
어쩌면 나도 정말 힘든 새벽 1시에
난 X1에게 전화를 걸게 될지 몰라요
그리고 문득 힘에 겨운 오전 11시40분이 되면
저장된 X2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어보게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만약 전화기 너머로 내 남자친구였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나도 똑같이 아무 말 하지 않고 끊을지도 몰라요
이제 우린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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