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6일 수요일

[그 남자 그 여자] 여자친구 있는데 다른 여자에게 고백을... & 나를 좋아한다는 말, 아직 유효하니?

여자친구 있는데 다른 여자에게 고백을...
슬픈 일이 생겼다.
뭐가 슬픈 일이냐 하면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
나한텐 여자친구가 있다는걸 세상이 다 아는데
오늘 나에게 고백했다는 사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그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내 여자친구는 나랑 같이 가려고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도 나랑 같이 보려고 콘서트 티켓을 샀다고 했다.
문제는 콘서트 날짜와 장소가 모두 같다는 사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으로 끝나질 않는다.
내가 지금의 여자친구를 사귀기 전,
내가 그 여자아이를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그녀와 함께 하기를 바랬고 그녀와 오래 만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마음하곤 아무 상관 없는 줄 알았다.
그녀는 내게 차가웠으니까, 그녀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으니까.
오늘 난 고백을 받았다.
어떤 신호처럼 고백을 받고, 직진을 할까 우회전을 할까 잠시 망설였다.
고만했다는 사실, 난 그 사실이 슬픈 거다.

나를 좋아한다는 말, 아직 유효하니?
고백했다. 질끈, 두 눈을 감고 풍선을 터뜨리는 사람처럼
나는 고백하면서 있는 힘을 다했다.
하고 났더니 머릿속에 하나 둘 별이 떴다.
몇 개의 별엔 불이 들어오다가 꺼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편해졌다.
그 사람이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내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사이, 그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도 옮겨갔고 나는 속을 태웠다.
나는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뿐,
그가 아니라고 고개 저은 적 없었는데,
오늘 나를 좋아한다는 말, 아직도 유효하냐고 물었다.
그 시간을 못 참고 다른 사람을 만드는 게 어딨냐고 물었다.
내 억지에 그 사람은 그냥 투명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은 나와 그녀를 저울 위에 올려놓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저울이 고장이라도 나서
내가 더 많은 점수를 받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내 용기를 고장난 세탁기처럼 골목에 버리지 않았음 좋겠다.

출처


그 남자 그 여자 3
작가: FM음악도시
출판: 랜던하우스 코리아
발매: 200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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