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건 헤어지기 전 그녀가 선물해준
클립이 필요해서 책상 서랍을 뒤지다가
서랍 저 안쪽에서 ‘접는 부채’ 하나를 발견했어요.
너무도 더웠던 지난여름, 그때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다시 부채를 넣는데, 그녀 생각이 났어요.
그녀가 선물해준 부채였어요.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
그 부채를 선물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진 게 기억났어요.
부채를 다시 책상 서랍에 넣을까, 아니면 쓰레기통에 넣을까
고민하는 사이, 난 이미 부채를 감싸고 있는 비닐을 뜯고 있었어요.
부채를 펴는 순간, 그녀가 정성스레 글씨를 써놓은 게 보여서였죠.
난, 그제야 겨우 그 글씨들을 읽어내려갔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주고,
그러다 집이 필요할땐서로 등을 기대면돼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녀가 직접 쓴 글 같았어요.
괜히 조금 슬퍼지데요.
그녀가 지금 어떻게 지낼까도 생각됐지만
이제, 그녀에 대해선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으려구요.
나 같은 사람은 사랑할 자격이 없다는 그녀의 말을, 난 믿으니까요.
끝까지, 넌
보고 싶지 않았어요. 잊은 지 오래됐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남자아이를, 석 달 동안 사랑한 건 실수였어요.
금을 잘못 밟아서 그냥 금 안을 넘어진 것뿐이라구요.
난 그아이의 사랑을 받고 싶었어요.
물론 그 아이는 날 사랑한다고 했지만, 그런 것도 같아 보였지만,
사랑이 그렇게 밍숭맹숭한 게임이라면 전 재미없거든요.
자주 애정 표현을 해주고,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돼도 만나려 애쓰고,
그러다가 기대고 싶을 땐 기대고 난 그러고 싶었어요.
근데 기대고 싶을 때, 그 아인 늘 내 곁에 없었어요.
그게 화가 났어요. 그래서 그 아이한테 넌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었죠.
그러곤 그게 끝이었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그 아이가 연락을 끊었어요.
난 특별한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 사랑 안에서 난 특별해지고 싶었거든요.
1년도 더 지나 그애가 나한테 보내온 부채를 펴 보면서
넌 정말 끝까지 사랑할 자격이 없는 애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슬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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