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불평등한 관계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몹시 이기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보다 개가 나아. 내가 버리지 않으면
개는 나를 버리지 않으니까."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때론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그녀와 나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 입니다.
나는, 자주 내가 그녀의 강아지 같다고 느끼니까요.
그녀가 화가 나면 나는 그녀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락을 기다리죠.
잔뜩 혼이 난 뒤, 방구석에서 주인 눈치를 살피는 강아지처럼.
맨 처음, 그녀는 나를 선택했죠.
나와 내 친구 중에서.
그 때 나는 그녀에게 선택 받은 승자였지만,
결국 우리의 관계는 처음붵 기울어 있던 셈입니다.
절대 동등해질 수 없는.
지금 처럼 그녀가 잡자기
잠시 떨어져 지내자고 해도
난, 그 잠시가 얼마 만큼이냐고
따지는 말 한마디 못하고, 내가 지칠지도 모르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라는
그 흔한 당부도 못하고,
그냥 기다립니다.
집에서 쫒겨난 강아지가 그렇듯이
그녀의 문 앞에서 얼쩡거리며..
나를 버린 건 아니겠지,
곧 다시 불러 주겠지..
그 사람을 보면서, 가끔 생각해요.
나도 누군가를 저렇게 대한 적이 있던가.
누군가와 사랑을 할 때
내가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
혹은 내가 그 사람을 얻기 위해
더 고생을 했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그 사람에게 떠 넘긴 적이 있던가.
그런 태도가, 상대방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요즘 깨닫고 있거든요.
우리 관계에 있어서 그 사람은
좀처럼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아요.
서로 싸울 일이 있어도
화를 내는 건 나뿐이죠.
그 삶은 화도 내지 않고
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채
어딘가로 숨어 버리고.
그러면 나는 불편한 관계가 싫어서
혼자서 그 화를 풀어 버리려 애를 쓰죠.
덕분에 우린 한 번도 제대로 싸운 적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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