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휴가, 첫사랑, 처음 그녀
기다리던 첫 휴가예요.
하고 싶은 거 되게 많았는데 막상 나와보니 하고 싶은 것도 없네요.
특히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썰렁하다는 사실.
난 이제야 내 신분이 군인이란 걸 실감하게 되네요.
그래서 그냥, 전화하고 싶었던 사람들한테
전화 같은 거 하지 않고
입대 전에 다녀봤던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어요.
몇 달밖에 안 됐지만 그런 델 혼자 다녀보는 것도 괜찮았어요.
달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오래 괜찮을 수는 없었어요.
그러다 그러다 가슴 한쪽에서 통증이 느껴졌거든요.
그 통증이 낯설어서, 한참 동안 흐린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내 첫사랑이 생각난 거예요. 나 혼자만 좋아하던 사람.
고아원에 좋은 일 같이하자고, 지난겨울 군고구마 쪄서 팔 때.
나랑 같은 조였던 다른 하교 여자아이.
그때 난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좋아한단 말도,
그 비슷한 표현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녀 웃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따뜻해졌었는데
그녀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혼자 많이 좋아했던 사람
기분이 이상해요. 검정 파카를 입은 사람을 봤는데 그 사람이 떠올랐거든요.
그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 그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심장에 포도주 한 방울이 번지는 기분 같았어요.
그 사람 군대 갔거든요.
군고구마 냄새 하면 무슨 생각 떠올라요?
난 당연 그 사람요.
그 사람은 고구마처럼 순하고 듬직해요.
거기다 음… 더 씩씩해져서 돌아오겠죠.
근데 혼자 누군가를 좋아하니까 머리가 아프더라구요.
고구마 굽는 장작불 앞에 오래 있으면 머리가 띵 아파오는 것처럼
그 사람이 그랬어요.
군대 가는 날짜를 내 다이어리에 적어놨었는데, 별표까지 해뒀었는데
내 마음이 많이 허전할 텐데, 그래서 힘들 텐데…
걱정만 하고 난 전화 한 통도 하지 못했어요.
만약 내가 그 사람 제대하고 나서도 이 마음 그대로라면
그때 난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 말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추우면 안 돼요. 착한 마음까지 얼어버리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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